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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산마을>8.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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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강 댓글 0건 조회 130,045회 작성일 18-12-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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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리(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강원도의 오지라는 귀둔리에서 다시 울퉁불퉁한 산길을 따라 차로 40여분을 더 들어가서야 진동리는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긴 덕택에 진동리는 우리나라에서 몇 남지 않은 무공해 청정지역이 됐다.70여리 진동계곡에는 아직도 열목어가 살고,안쪽 깊숙한 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원시림이 펼쳐져 있다.
진동리는 남설악 점봉산(1천4백24)과 가칠봉(1천1백65),단목령에 둘러싸여 마치 삼태기처럼 생겼다.그래서 진동리에서 바라보이는 것은 온통 산이다.설악산 대청봉도 단목령.박달령 뒤편에서 길게 목을 빼고 진동계곡을 넘겨다본다.이때 문에 대청봉 눈소식은 설악동보다 진동사람들이 먼저 안다.
첩첩산골이어서 그런지 진동리의 겨울은 무섭도록 모질다.
한길 넘게 눈이 오기 일쑤고 산아래 길목 바람불이엔 강풍이 분다.밤낮 불어 제치는 돌풍으로 먼 나들이 떠나듯 소도 날아간다고 해서 바람불이는 「쇠나드리」란 이름도 갖고 있다.
『진동리에 있는 30여가구의 지붕이 모두 함석으로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눈이 잘 미끄러져 내리고 하중을 잘 받게 하기 위해서입니다.』마을 토박이 최엽영(56)씨의 설명이다.
눈이 많다 보니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설피」가 이 마을사람들에겐 필수품이다.집집마다 설피를 한 두켤레는 가지고 있다. 설피는 눈 위를 걸을 때 빠지지 않도록 넓적하게 만든 일종의 겉신발이다.물푸레나무나 다래나무를 불에 달궈 지름 30㎝ 남짓 둥그렇게 틀을 짠 뒤 쇠가죽끈으로 신발이 들어가도록 만든다.
설피는 아무리 눈이 많이 쌓여도 눈 속에 한 뼘 이상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눈이 많은 진동리에선 요긴하게 쓰인다.진동리의 또 다른 이름을 「설피밭」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진동리는 무엇보다 국내 유일의 원시림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원시림에는 40~2백년생 나무 6백19만여그루가 2천49㏊에 자라고 있다.
아름드리 전나무.신갈나무를 비롯해 회나무.가래나무.산뽕나무.고로쇠나무.달음나무.댕강나무.산가막살나무.갈매나무 등 이름마저 재미있는 갖가지 나무들이 희귀식물인 모데미풀 등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진동계곡은 또 열목어 보호지역이다.워낙 물이 맑다 보니 열목어가 이곳에선 많이 자란다.
이렇듯 천혜의 자연과 벗하며 살던 진동마을 사람들에게 올들어「좋은 일」과 「골치 아픈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
좋은 일은 이 마을 초등학교(방동초등학교 진동분교)에 올해 신입생이 들어와 한 명이던 학생수가 두 명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일은 한전이 진동계곡 위쪽에 짓는 양수발전소 문제다. 양수댐은 산밑에 있는 물을 끌어올려 물을 저장한 뒤 이 물을 다시 내려보낼 때 생기는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일으킨다.
한전은 부족한 전력을 양수댐을 통해 공급하려 하고 있다.
이 문제로 진동마을 사람들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상만 충분하다면 굳이 댐 건설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댐 건설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생태계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양수댐이 산중턱에 위치하면 안개가 끼게 되고 이것이 결국 원시림의 생태계에 영향을 줄거라고 설명한다.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줄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그러나 개발 전에 반드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산사람>인제군 진동리-홍순경씨
홍순경(45)씨를 만난 곳은 눈덮인 진동계곡을 깊숙이 올라가다 단목령 조금 못미쳐서 였다.
그는 정말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산이 좋아 6년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진동계곡에 들어와 살고 있다.서울에 살 때 개인사업을 했지만 산에 미쳐 1년이면 절반 이상을 산에서 지내다보니 사업이 잘 될 리 없었다.여러 번 사업에 실패한 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진동에 삶의 터를 마련했다.다행히 당시 산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했던 지금의 부인 박성실(36)씨도 흔쾌히 동의했다.그들은 신혼여행으로 설악산을 다녀온 뒤 곧바로 진동계곡에 신방을 마련했다.진동계곡에서 가장 끝에 있는 빈집으로 진작에 봐두었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다섯 살,두 살짜리 아이 둘을 얻었다.제사도 이곳에서 지낼 정도로 이곳 생활에 푹 빠져 있다.
25년 산행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백두대간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진동으로 들어와 살 때는 외부와 연락을 끊을 작정이었지만 산과 얽힌 이런저런 인연에서 완전히 달아날 수는 없었다.
『1년에 7~8번 정도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산악인들이 우리 집에서 묵어가곤 합니다.가장 최근엔 겨울철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백두대간보존협의회 사람들이 하룻밤 묵고 갔어요.』 그가 진동계곡에 정착한 후 살아가는 생활은 도시생활과 판이하다.흑염소.토종닭.개를 키우고 토종꿀을 딴다.또 시간이 날 때는 산에서 약초나 산나물을 캐서 팔기도 한다.
『풍족하진 않지만 살만합니다.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산속생활처럼 마음 편한 곳이 없어요.』 그가 6년의 산속생활에서 터득한 가축 다루는 기술은 절묘하다.그가 먹이를 주기 위해 휘파람을 불면 흑염소가 뒤뚱뒤뚱거리며 헛간에서 달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개.닭들이 모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이곳도 이젠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좀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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