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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사람들 21 매봉산-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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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강 댓글 0건 조회 4,793회 작성일 18-08-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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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피재를 넘지 않는다. 다만 건널 뿐이다. 난리를 피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고 그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 제몫이라는 듯 매봉산과 금대봉을 이으며 서쪽으로 하늘금을 그어 피안의 세계에 경계를 짓는다. ‘수도공동체 예수원 분수령 목장’은 그 금이 막 시작되는 매봉산 어깨쯤에 자리잡고 있었다.

목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피재의 높이가 해발 910m. 목장의 높이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해발 1000m가 넘는다. 목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멀리 동해까지 막힘없이 펼쳐지는 경치는 그대로 천상의 정원이다. “멋있죠. 이런 정원을 가진 사람은 몇 안 될 것입니다. 이제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또 운해가 장관입니다.” 앞서 걷던 이반(민경찬·42)이 발길을 멈춘다.

비탈을 따라 조성된 초지의 한가운데가 맨땅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잡초의 습격으로 못쓰게 된 초지였다. “제초제를 쓰면 간단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올 가을쯤 다시 한번 목초 씨를 뿌리고 거름을 충분히 주면 되살릴 수 있겠지만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갈아엎은 땅 한가운데 서 있는 자작나무 한 그루는 이반에게는 각별하다. “저 나무 아래서 결혼을 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살겠다고 각오했는데 하느님은 너무나 많은 것을 주십니다.”

이반은 85년 겨울 처음으로 수도공동체 예수원을 만났다. 그곳은 65년 성공회 대천득 신부가 세운 곳이다. 교파와 종파, 종교까지도 초월해 하느님의 뜻을 펴려는 예수원과의 3개월 만남에서 이반은 “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베네딕트의 가르침을 배웠다.

그 가르침대로 살고 싶었다. 단순하고 정직하며 흙과 하느님을 섬기며 살겠다는 생각에 신명(信名)도 ‘바보 이반’으로 지었다. 그렇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목장에서 13년을 살았다. 자기 자신을 위해 가지지 않겠다고 했지만 하느님은 너무 많은 것들을 주었다고 그는 감사해 한다. 아내 룻(표현자·39)을 만났고 4명의 자녀를 얻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수고하는 이들이 목장에서 노동을 통해 거듭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을 이반은 지금도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매봉산의 그림자가 목장 초지에까지 이르렀다. 산에 풀어놓고 기르는 양을 붙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던 형제들이 산을 내려왔다. 덕항산 외나무골에 자리잡은 예수원 본원에서 지원 나온 형제들이었다. 빈손이었다. 방목하는 양들 중 세 마리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

5월중에 끝냈어야 할 털깎이는 또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제 며칠을 더 넘기면 털깎이는 포기해야 한다. 9월이면 서리가 내리는 고원. 너무 늦은 털깎이는 양들을 추위 속으로 맨 몸으로 내미는 것과 마찬가지다. “목장의 주수입원이 양모 이불입니다. 깎은 털을 볕 좋은 날을 택해 잘 말리고 전국을 돌며 가공을 하고 다시 목장에서 자매들이 직접 바느질을 해 이불을 완성합니다. 이럭저럭 이불 한 채 만드는 데 2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이불 한 채를 얻기 위해 추운 겨울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장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76년. 이반은 86년부터 목장을 지켜오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땀을 요구하는 노동의 고역은 견딜 수 있다. “비탈이라 일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그러나 그 고통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예수님의 그것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반은 예수원이 지향하는 바를 “불의에 물들어 가는 사회에 끊임없이 정의를 흘려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땅에
 검푸른 옥수수 이파리
 수백만 군사의 깃발처럼
 나부끼며 비벼대는 함성
 들리는가

봄날의 나른한 꿈이 아닌
 강인한 상수리 나무의 싹이
 바윗돌을 밀쳐내는
 기도와 땀의 내일의 현실.

” 저녁식사가 차려진 1층 벽에 붙어 있는 이반이 직접 쓴 시에는 그런 각오가 담겨 있다.

매봉산 언덕에 목장이 들어서게 된 것도 이반은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늘이 내려준 빗물이 매봉산에서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으로 갈라져 흐르며 온 땅을 적시듯 노동과 기도가 맺는 정의의 땀방울이 세상을 적셔주기 바라는 마음이 큰 탓이다. “예수원에서는 자신의 구함을 위한 기도는 하지 않습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중보기도를 드릴 뿐입니다.”

매봉산은 자신만을 위한 구함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를 산의 조건으로 본다면 매봉산은 이미 산이 아니다. 화전민 이주를 목적으로 이뤄진 개간의 삽날은 매봉산 동북쪽 사면 수십만평을 배추밭으로 만들었다. 한가위가 오기 전에 서리가 내리고 4월에도 흰눈이 남아 있는 매봉산 자락, 물이 부족해 여기저기 빗물을 가두는 연못을 파야 하는 척박한 땅. 세찬 바람에 씨앗이 날릴까 노심초사해야 하고 골라내고 또 골라내도 끝없이 나오는 머리만한 돌과 급경사로 밭갈이에 굴삭기가 필요한 곳이 매봉산고랭지채소밭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넘치고 넘쳤지. 저 연못물은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맑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갔어요.” 정의철(52)씨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소나무는 다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바람이 거센 능선에 숲이 사라지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이들이 세 강의 최상류인 매봉산에 개간의 삽날을 들이민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옛 사람들은 매봉산을 천의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산에서 하늘을 찾던 옛 사람의 삶은 어떠했을까? 적어도 탐욕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늘로 가는 길목 천의봉을 병아리를 채가는 탐욕스런 매의 이름으로 바꾼 것은 ‘발복’을 구하는 음택풍수였다. 지금의 황지2동에 금계포란형의 명당이 있는데 명당의 지세를 돋우기 위해서는 병아리를 노리는 매가 필요했다고 한다. 그것이 매봉산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화전민을 위한다고 매봉산 자락에 삽을 들이댄 덕에 화전민의 후예들은 1년에 4달만 일하는 반쪽자리 농부가 됐다. 맑은 물을 품던 매봉산 연못은 웬만한 물에는 끄떡없는 올챙이들도 살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돼 있다. 비탈에 뿌리는 비료와 농약은 비가 내릴 때마다 세 강으로 흘러든다.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서로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기도, 구하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분배를 위한 노동’을 실천하는 예수원 분수령 목장이 매봉산 자락에 있다. 스스로를 바보로 낮춘 이반이 부른다. “오십시오. 와서 함께 노동하고 기도하며 정의를 흘려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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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반을 만나면 천의봉이 보인다

  예수원 가는 길

태백시 하사미동 외나무골에 자리잡은 예수원 본원과 삼수동 피재의 분수령 목장은 신앙인뿐만 아니라 공동체 삶을 배우려고자 하는 이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노동하는 것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정신 아래 ‘십자가 지기’를 배우고 ‘받기보다는 주기’를 배우는 공동체가 예수원의 지향점이다. 1년에 1만여명이 다녀간다는 예수원 본원은 정회원이 되려는 이들을 위한 3개월 과정의 지원기와 1년 과정의 수련기 외에도 종파에 관계없이 다녀갈 수 있는 2박3일의 손님맞이 과정이 마련돼 있다. 숙식비는 따로 받지 않고 신앙과 형편에 따라 헌금할 수 있다. 숙식비를 따로 받지 않는 것은 돈 때문에 기회를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대천득 신부의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 한다. 다만 숙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0395-552-0662). 음주와 흡연은 금지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비탈을 그대로 살려 지은 돌집은 외형도 아름답지만 작은 공간까지 활용한 꼼꼼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예수원 회원들이 직접 만드는 나무 십자가와 말린 꽃잎으로 만든 엽서 등은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진 것들이다. 1층 손님부에서 안내를 받도록 한다.

산골짜기에 자리잡아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태백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장 방면의 버스를 이용해 예수원 입구(하사미동)에서 내린다. 15분 정도 걷게 되는 진입로부터 바깥 세상과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출처: http://100mt.tistory.com/entry/백두대간사람들-21-매봉산-노동이-기도요-기도가-노동이다 [<한겨레21> 신 백두대간 기행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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