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1월, 월간 <사람과 산>이 탄생 신고를 마쳤다. 창간 아이템은 중요하다. 무엇으로 독자와 교감할 것인가. 길고 긴 고심 끝에 ‘백두대간을 간다’라는 특집을 기획했다. 32년 전인 당시에 ‘백두대간’은 아주 생소한 용어였다. 또한 무모한 기획이었다. 기획의 복음서 격인 산경표(山徑表)를 펴놓고 5만분의 1 지도와 맞춰가며 전인미답의 산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오늘날 미신으로 치부됐던 백두대간은 한국 고유의 지리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백두대간 개념이 교과서에 수록되고, 2003년에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법적 지위까지 얻었다. <사람과 산>의 백두대간 복원사를 정리했다.

 

'백두대간을 간다' 기획

'백두대간을 간다' 프롤로그. 1990년 11월호.
'백두대간을 간다' 프롤로그. 1990년 11월호.
'백두대간을 간다' 에필로그 및 백두대간 대특집. 1996년 3월호.
'백두대간을 간다' 에필로그 및 백두대간 대특집. 1996년 3월호.

<사람과 산>은 ‘잃어버린 우리 민족의 산줄기를 찾아서’라는 기치 하에 1990년 ‘백두대간을 간다’를 기획했다. 백두대간과 한북·금북·금남·낙동·낙남정맥을 종주하는 데 총 6년이 소요됐으며, 참여한 산악인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산경표의 실체를 서지학적 측면이 아닌 발로 확인하는 사실적 탐사보도였다. 매달 <사람과 산>에 연재되는 답사기는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백두대간 종주붐을 일으켰다.

 

백두대간 종주지도집 제작

의 스테디셀러 지도집. 2010년 창간 20주년 기념 제작.
<사람과 산>의 스테디셀러 지도집. 2010년 창간 20주년 기념 제작.

1997년 <사람과 산>은 창간 이래 두 번째의 백두대간 종주를 기획했다. 단순한 능선 종주가 아닌 백두대간과 관련된 역사, 문화, 지리를 현장 중심으로 취재해 소개하는 특집이었다. 2년에 걸친 노력은 상세한 지도와 사진, 심층적인 기사와 더불어 한 권의 책으로 발행될 예정이었으나 IMF 외환위기로 인해 무산됐다. 그 대신 2001년 ‘24구간 백두대간 종주지도집‘이 집대성됐고, 이는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사람과 산>이 최고 품질의 지도를 제작하는 데 초석이 됐다.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제안

'세계 산의 해' 기념 백두대간 수록 제안 공청회. 2002년 6월호.
'세계 산의 해' 기념 백두대간 수록 제안 공청회. 2002년 6월호.

<사람과 산> 2002년 ‘백두대간 교과서 수록 제안’ 공청회를 열어 백두대간을 국가 차원의 공인으로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태백산맥’이나 ‘낭림산맥’과 같은 일제강점기의 잔재 대신 우리나라 고유의 산줄기 개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자 <사람과 산>은 교과서 수록의 필요성을 직시했다. 지리학계와 정부부처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였다. 

 

끊임없는 고증과 취재

백두대간의 선구자 故 이우형을 조명한다. 2007년 11월호.
백두대간의 선구자 故 이우형을 조명한다. 2007년 11월호.

백두대간 종주 열풍이 대간을 넘어 그 하위 산줄기라 불리는 정맥까지 닿았음에도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학계뿐만 아니라 등산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산줄기 논란을 사그러들지 않았다. 여기에 <사람과 산>은 각계각층의 견해를 수용하고 심층적은 취재를 거듭하여 점차 백두대간론을 완성해 나가기에 이른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제정

백두대간 보전 관리에 대한 산림청장 인터뷰.  2002년 12월호.
백두대간 보전 관리에 대한 산림청장 인터뷰.  2002년 12월호.

백두대간을 복원한 <사람과 산>은 논의의 방향을 '보전'으로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백두대간의 훼손을 고발하는 기사가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하는 언론은 드물었다. <사람과 산>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따라 난개발이 이뤄지는 백두대간을 현장취재하고, 산림청 및 환경단체와 함께 백두대간 대청소운동을 벌여왔다. 이는 2003년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태백산맥은 없다대통령 표창 

 2006년 1월호
산줄기를 진단하는 의학박사 조석필. 2006년 1월호.

<사람과 산>은 백두대간 복원 운동의 일환으로 「산경표를 위하여」·「태백산맥은 없다」 등의 백두대간 관련 서적을 꾸준히 발행했다. 특히 본지 편집위원이자 의사였던 조석필이 병원 문을 닫아가며 열달 동안 호남정맥을 종주하고 기록으로 남긴 「산경표를 위하여」는 개정을 거쳐 「태백산맥은 없다」로 거듭났고, 백두대간을 대중화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5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백두대간을 위한 노력

창간 30주년 기념 백두대간 심포지엄. 2019년 12월호.
창간 30주년 기념 백두대간 심포지엄. 2019년 12월호.

이제 <사람과 산>은 복원 및 보전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산림과 국토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이루는 산줄기를 선이 아닌 면의 개념으로 볼 때 전 국토가 백두대간이나 다름없다. <사람과 산>은 전 세계적 이슈인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아이템으로 산림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 등산객뿐 아니라 전 국민과 미래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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